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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쉬 감독의 Father Mather Sister Brother(이하 FMSB)를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다.
마지막으로 극장에 간 것이 아마 빔벤더스 감독의 Perfect days를 보기 위해서였으므로 거의 1년 6개월 전의 일이다.
퍼펙트 데이즈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FMSB는 더 재미있었다.
아담 드라이버가 나오니 믿고 봐도 되겠군, 이라고 생각하며 무턱대고 예매했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더 나왔다.
빅뱅이론의 Dr.에밀리 페라파울러(FMSB에서 극중 이름도 에밀리다), 케이트 블란쳇, 덱스터에서 인상깊게 본 샬롯 램플링도 나온다. 아담 드라이버와 짐 자무쉬 감독은 패터슨 이후로 한번 더 공동작업. 패터슨도 좋아하는 영화로 혹시 안보신 분들이 있다면 추천한다.

짐자무쉬의 영화는 한편의 시 같다. 패터슨은 누가 봐도 시적인 영화라면(주인공이 시인이기도 하고) FMSB는 현대시 같달까. 시같지 않지만 시인 느낌.
영화는 Father, mother, 그리고 sister brother의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 부분은 서로 다른 세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이들 모두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Father과 Mother 편에 나오는 가족들은 각각 연로한 부, 모와 성인이 된 자식들인데, 독립한 자식들과 부모는 가끔씩 안부를 묻고 어색하게 방문일정을 잡는 사이가 되었다.
영화속에서 자식들의 방문을 대하는 Father와 Mother의 자세는 꽤나 대조적이다. Father는 방문을 반기는 듯 하면서도 실은 자신만의 삶을 살기에 바쁘다. 세련된 가구에 멋진 머스탱, 롤렉스 시계를 차며 노년의 삶을 즐기지만, 자식들 앞에서는 연로하고 궁핍한 모습을 연출한다. 그리고 아들이 주는 용돈을 받고 공돈이 생긴것에 기뻐하며 데이트에 나선다. 이런 모습을 자식들은 알지 못하고,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어딘지 수상적은 존재로 여긴다.
반면 엄마는 딸들과의 만남을 꽤나 정성껏 준비한다. 샬롯 램플링의 인상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덱스터에서의 냉혹한 정신과 의사 연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녀가 딸들과의 만남을 형식적으로 대한다는 선입관이 발동하지만, 사실 그녀는 딸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를 걱정해야 하는지 알고있는 엄마다. 하지만 자식들과의 만남의 자리가 어색하기로는 Mother도 마찬가지.
다 자라 집을 나온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서서히 멀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애뜻하면서도 귀찮고, 그러면서 걱정도 되다가 서운하기도 한. 부채감이 있으면서도 관계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마음. 동서고금의 그 복잡한 관계를 짐자무쉬 감독은 기가 막히게 담아냈다. 저런 아빠, 저런 엄마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저 아들, 딸이 되어본 적이 있다.
마지막 이야기인 Sister Brother는 조금 결이 다르다.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난 이유는 (앞서 두 이야기에서 안부 확인차 다소 어색한 family time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부모가 갑작스럽게 비행기 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유품을 쌍둥이 남동생이 정리하고 그걸 보기 위해 뉴욕에 살던 누나가 고향인 파리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좋다.
부모의 죽음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함께 경험하는 이 쌍둥이는, 형제자매란 부모에 대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그들은 부모가 죽기 전 왜 포르투갈의 어느 산 위를 비행중이었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하고,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어릴적 부모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형제자매는 어린시절을 함께 겪기 때문에 어린이로서의 무지와 호기심, 어른들로부터 받는 은근한 무시를 공동 경험하며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특별하다.

세 도시(뉴지저, 더블린, 파리)에서 각기 다른 모습의 세 가족을 조명하는 데도 가족들의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비슷한 구석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비슷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영화에서 그걸 보여주는 장치들이 존재한다. 주인공들이 어색한 순간을 넘기려 실없이 건배를 해대는 것, 그러다가 물이나 차로도 건배를 하나? 어느 한사람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 Bob is your uncle 이라는 속담을 인용하는 것. 묘하게 가족간에 비슷한 색감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들이 그렇다.
영화 대사 중에도 등장하듯이,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부모와 형제자매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과 삶의 오랜 부분을 공유하며 그들을 사랑하기 쉬운 환경에 필연적으로 놓인다. 그 덕에 지난하고 복잡한
기억을 쌓아간다. 어쩔 수 없다. 그 복잡하면서도 전지구적으로 모두가 공감할 법한 감정과 따뜻함이 여운으로 길게 남아서 괜히 영화 상영관이 있던 ECC 복도를 몇바퀴 돌았다.